바이든 대통령이 1월 25일(현지시간) 'Buy American(바이 아메리칸)' 내용이 포함된 'Ensuring The Future Is Made in All of America by All of America's Workers'(보장된 미래는 미국 노동자에 의해 미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내용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서명하였다.
'바이 아메리칸'은 생각보다 유서 깊은 정책이다. 1933년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최초의 바이 아메리칸이 나오는데, 내용은 연방정부 등 기관들이 직접 제품을 구매 계약을 할 때 자국 입찰자를 우선하고, 구매하려는 제품의 양 중 최소 50% 이상을 자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구성하며, 대형사들의 제품은 가장 값싼 외국산 대체재 가격에 비해 6% 이상 초과하여 가격을 책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목표였다.
허버트 후버 시절에 만들어진 '바이 아메리칸'은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제도가 역대 대통령들에 의해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대두될 때마다 행정명령 등을 통해 발동되곤 했다. 보호무역주의란 자국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국가가 국내산업을 보호, 육성하면서 무역에 대한 통제를 가하는 정책으로, 자유무역주의와 대치되고 시장 논리와 대치되는 정책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같은 경우엔 미국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못 갖춰서 그런 게 아니라, 미국 고용 시장과 내수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미국은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다. 세계화 시대에 미국의 자본은 각국 경제에 진출하여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고, 중앙은행은 달러화를 찍어내 유동성을 높이고 투자 활동을 제고하여 미국 자본을 후방 지원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대가 지나면서 미국 뿐만 아니라 각국에서도 세계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 자본은 각국에 진출하여 그 나라의 값싼 노동력과 결합하여 시너지를 이루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선진화되어있는 국가이며, 노동력 비용이 비싼 국가이다. 다른 나라에서 굳이 미국의 비싼 노동력을 써가면서 제품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자본이 있는 곳에 노동이 있기 마련이다. 미국 자본이 해외로 나가니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미국 노동은 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타국 자본은 굳이 비싼 미국 노동력을 쓸 이유가 없다. 그러니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타국 자본은 미국에 공장을 지어 미국 노동력을 쓰는 게 아닌 다른 나라에 공장을 지어 그 나라 노동력을 써서 값싼 제품을 만들고 이를 수출하는 식으로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벌어왔다. 연방정부가 공개 입찰을 해도 자국 제품보다 타국 제품이 더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해서 외국의 값싼 노동력이 자국으로 들어왔다. 자국 인력들에겐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감소하는 추세가 지속되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제조업에서 가장 심하게 발생하였다. 하여 불만은 증가하기 시작했고, 보호무역주의는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재부상하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바이 아메리칸'을 외치며 사방팔방에 보호무역주의를 외친 데에는 시대적 필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前 대통령은 2017년 1월 20일 취임하였으며, 4월 18일 '바이 아메리카-하이어 아메리카(Buy American-Hire American)' 내용을 포함한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미국 정부기관들이 자국산 제품을 사고 자국인을 고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2019년 7월 15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 아메리칸'을 확장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였다. 미국산을 최소 75% 이상 사용한 제품을 '메이드 인 아메리카'로 간주하고, 정부 공공기반 시설 조달 품목의 미국산 제품 비중을 종전 50%에서 75%로 높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철강 등 제조업과 엔지니어링, 건설업 등 경기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펼쳐나갔다. 이렇게 구매자에게는 국산 제품을 장려하고, 제조자·판매자에겐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등 비용 지원을 병행하였다.
그리고 2021년 1월 20일 취임한 후임자 조 바이든 現 대통령은 2021년 1월 25일 현지시간 '바이 아메리칸' 내용이 포함된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연방정부 기관 조달 시 미국산 물품과 서비스 구매를 우선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 기관서 사용하는 관용차를 전부 미국에서 생산된, 미국산 부품이 적어도 50% 이상 차지한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바이 아메리칸' 기조는 바이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미국 입장이라고 생각해도 '바이 아메리칸'을 쭉 유지해야 한다. '중국에게 따라잡힐 수도 있다', '중국이 세계 경제를 지배할 것이다'라는 등 중국에 대한 위기감은 미국 내에서 팽배하다. 그런데 그런 막강한 라이벌 중국은 보호무역주의를 고집하는데, 여기다 중국에 공장을 짓고 시장을 공략하려는 기술력 있는 기업들에게 기술 이전 등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이 전세계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쌍방 무역에서 손해를 입고 있는데 왜 가만 놔둘 것인가.
또한 타국의 값싼 노동력을 한번 맛본 미국 자본들은 미국 노동력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AI와 로봇 산업이 본격화되고 있어서 미국 자본을 억지로 다시 미국으로 데려온다고 해도 이들이 미국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쓸 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다자주의를 표방하며 자기 색깔을 만들어갔던 바이든 대통령이 막상 '바이 아메리칸'을 꺼내들자 캐나다나 호주, 유럽 등 동맹국들은 크게 반발하였다. 이로 인해 바이든의 다자주의에 대한 설득력은 일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급 체인(Supply Chain)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타국 제품을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를 미국 제품이 전부 메꿀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미국 자본이 손쉬운 수출과 값싼 노동력을 위해 해외로 나가고 비싼 미국 노동력만 자국 땅에 남아있고 해외 자본의 미국 진출로 자국산 제품 가격 경쟁력 등에서 밀려버리며 미국 내에서도 미국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 것 말이다. 그리고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시장과 자국 노동력을 지켜야 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시대적 흐름이고 미국이 맞닥뜨린 상황이며 이는 다자주의를 표방하는 바이든 뿐만 아니라 바이든 이후 어떤 색채 강한 사람이 취임해도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하여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화된다고 상정하고 투자에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근 오스틴 공장이다 조지아 공장이다 하면서 미국에 공장을 짓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는 것은 미국에 생산 라인을 별도로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겐 호재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미국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재, 부품을 수출하는 업체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완제품이라 하더라도 그 안의 부품들이 반절 이상 미국산이어야 미국산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소재·부품 회사들 중 미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한테는 미국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업체들의 파이까지 가져올 수 있는 기회다. 전기차 얘기를 떠나서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들 대부분에는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각자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을 생각해보고 어느 업종 어느 기업이 좋을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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